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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잘하자
[독서후기 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 저) 본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 저)'
독서 후기
*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ㆍ제목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ㆍ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ㆍ분야 : 일본소설
ㆍ발행일 : 2013. 4. 12
ㆍ책 소개
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기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내기 위해, 오늘 시작되는 특별한 여행!
전 세계가 기다려 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개인 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관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냈다. 한 사람이 삶에서 겪은 상실을 돌아보는 여정, 고통스럽고 지난하지만 한편으로 그립고 소중한 그 시간을 다자키 쓰쿠루와 함께하며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서른여섯 살, 다자키 쓰쿠루는 철도 회사에서 역을 설계한다. 역을 만든다는 행위는 그에게 세상과의 연결을 뜻한다. 과거의 상실을 덮어 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처음으로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두 살 연상의 여행사 직원 기모토 사라는 고등학교 시절, 다자키 쓰쿠루가 속한 완벽한 공동체와 그 결말에 대해 듣고 불현듯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순례의 여정을 제안하는데….
다자키 쓰구루라는 한 청년의 눈에 비친 한정된 세계의 모습만을 명확히 세운 채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느 정도 길어질지 아무것도 모르고 진심을 다해 마음을 움직이며 묵묵히 써온 이 작품은 매일 조금씩 모습이 변모하여 깊이와 넓이를 더해 간다는 점에서 저자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되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저자가 담아낸 철학적 상징과 입체적 인물의 심리를 선명하게 포착해 잊지 못할 순례의 여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양억관의 번역으로 한층 더 깊어진 향수와 고독의 감성, 생의 한 부분을 관통하는 내면의 울림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교보문고 제공)
ㆍ저자 소개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 일본 교토 시에서 태어나 효고 현 아시야 시에서 자랐다. 1968년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에 입학했다. 재즈 카페를 운영하던 중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81회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29세에 데뷔했다.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미국 문학에서 영향을 받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와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허무의 감성은 당시 젊은이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켜 작가의 이름을 문단과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1987년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켰다. 1995년 『태엽 감는 새』로 제47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2년 『해변의 카프카』를 발표하여 2005년 영어 번역본이 《뉴욕 타임스》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한층 높였다. 2008년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하고, 2009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예루살렘 상을, 2011년에는 카탈로니아 국제상을 수상하여 문학적 성과를 다시 한 번 평가받았다.『댄스 댄스 댄스』, 『언더그라운드』, 『스푸트니크의 연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어둠의 저편』, 『도쿄 기담집』, 『1Q84』 등 수많은 장편소설, 단편소설, 에세이, 번역서를 발표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4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ㆍ독서 기간 : 2024. 3. 4(월) ~ 3. 13(수)
ㆍ평점 : 4.9 / 5
ㆍ책 내용을 요약해 본다면
→인간관계는 어느 순간 '툭' 하고 끊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심오하게 사유하는 책이다.
ㆍ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 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기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내기 위해 상실했던 삶들을 되돌아보자.
ㆍ책을 읽고 생각해 볼만한 점
① 나는 살면서 상실했던 경험이 있었나?
② 관계의 상실을 경험했다면, 이유를 받아들였는지? 혹은 이유를 덮어두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지?
③ 나는 어떤 색을 가진 사람인지에 대한 고찰
④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과거 관계에 있어서 쓰쿠루처럼 의지를 갖고 순례를 떠날 수 있을까?
ㆍ인상 깊었던 문장 필사, 그 이유(or 내 생각)
① "단, 왜 그러는 건지, 가능하다면 그 이유를 알고 싶어."
"그건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거야."
"누구 입이라면 말할 수 있어?"
" 스스로 생각해 보면 알지 않을까." (41p)
→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쓰쿠루가 아카(赤), 아오(靑), 시로(白), 구로(黑)로부터 절교를 당하는 부분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쓰쿠루의 인생은 180도 변하게 된다(그만큼 이 사건은 쓰쿠루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몽우리처럼 남아있게 된다).
이 사건의 전말은 소설의 마지막에 밝혀진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현실적인(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라 조금 놀라긴 했다. 안타까웠던 것은 절교를 통보당할 때,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쓰쿠루도 그 당시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들이 성장을 촉진할 수 도 있겠지만, 살면서 그 무엇도 따지지 않아도 되던 시절에 사귄 친구들을 한 순간에 잃는다는 것은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그걸 순응하는 것도.
② "만일 내가 당신이었다면 거기 머물면서 납득이 갈 때까지 원인을 밝혀내고 말았을 거야" (49p)
→ 절교 사건 이후, 쓰쿠루가 바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돌아왔다고 사라에게 말했다. 이에 사라는 위처럼 말했다. 그러나 이에 쓰쿠루는 자신은 그 정도로 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난 후 쓰쿠루와 사라의 대화 내용이다. 사라는 '지금의 나라면' 원인을 끝까지 밝혀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때의 나라면' 어땠을까?
우리 모두 과거에 했던 말이나 행동을 생각해 보면, 분명히 후회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절대 그렇게 안 했을 텐데, 혹은 그렇게 행동했을 텐데 하는 것들이 많다. 그때의 쓰쿠루는 용기가 없었고, 그때의 사라도 (아마)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충분히 쓰쿠루를 이해하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언행으로 인해 결과가 후회스러웠다면, 결과는 바꿀 수 없더라도 언행에 대한 사과나 일종의 조치를 통해 바로 잡으려는 용기를 갖는 게 아닐까.
③ 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곳에 유폐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61p)
→ 쓰쿠루가 생각하는 질투다. 사실 나의 생각도 같다. 질투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며, 스스로 그 감옥에 들어가 스스로 자물쇠를 채운 것과 같다.
우리네 삶에서 많은 사람들은 남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SNS에 보이는 휘황찬란한 모습들을 동경하고, 질투하는 모습들은 이젠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어떻게 보면 TV에서 이런 상황을 자주 만들고 더 조장하는 느낌도 든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의 삶은 남의 삶이고, 내 삶은 내 삶이다. 나는 내 삶을 '잘' 그려나가면 된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돈을 좇지 말고 행복과 자기만족, 신념을 좇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한다.
④ "무슨 일이건 반드시 틀이란 게 있어요. 사고 역시 마찬가지죠. 틀이란 걸 일일이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틀을 깨부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돼요.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틀에 대한 경의와 증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늘 이중적이죠." (85p)
⑤ 그는 그렇게 많은 것을 남겨 주었는데, 나는 도대체 하이다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쓰쿠루는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친구의 내면에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었을까? (150p)
→ 하이다가 떠난 후, 쓰쿠루는 혼자 남아 감상에 젖는다. 하이다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는데 자신은 하이다에게 준 게 없다며 결국 혼자 남겨질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아카, 아오, 시로, 구로로부터 절교당한 걸 연상시키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다가왔다가는 이윽고 사라진다'라는 말을 한다. 결국 자신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낙담케 하는 뭔가가 있다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를 소리 내어 외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번에 읽었던 '인간실격'의 한 부분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게 여겨질 가치가 있고, 각자는 서로 다른 색(개성)을 갖고 있다. 나는 누군가에겐 기억되기 싫은 대상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혹은 사랑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귀하게 여겨져야 한다.
⑥ "사람은 변하는 존재일지도 몰라. 우리가 아무리 친밀하게 지내고 가슴을 열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하더라도 실제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잘 모를지도 몰라" (175p)
→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동시에 어느 정도 가면을 쓴다. 가면을 쓰고 만나는 상대에게는 나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싶지 않다. 가면을 쓰지 않은 상대에게도 마찬가지로 행동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결혼한 사람들도 서로의 배우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도 많을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개인이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 가족과, 나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만큼은 나의 가장 중요한 부분(내가 추구하는 것, 나의 가치관 및 실제 행동 등)에 대해서는 알게 하려 한다.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배려와 관용인 것 같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바뀔 것이다).
나 스스로가 시간이 지나도, 휘발되지 않는 가치들을 오랫동안 추구했으면 좋겠다.
⑦ 이중적인 의미에서 혼자라는 것은, 어쩌면 고립의 이중 부정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방인인 그가 여기서 고립된다는 것은 완전히 합리적인 일이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신은 정말 올바른 장소에 있는 것이다. (307p)
⑧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364p)
⑨ "살아있는 한 개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겉으로 잘 드러나는 사람과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야." (371p)
→ 위에서도 한번 언급을 했었으나, 우리 모두는 개성을 갖고 있다. 에리가 말한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고 안나고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방의 개성을 존중해줘야만 하는데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그 사람을 피하거나 시기하거나 멸시하기도 한다.
개성이라는 영역은 상대방 고유의 영역이기에, 우리가 평가할 자격은 없다.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 되자.
⑩ "혹시 네가 텅 빈 그릇이라 해도 그거면 충분하잖아. 네 말대로라면, 정말 아름다운 그릇이 되면 되잖아.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그 안에 뭔가를 넣고 싶어지는, 확실히 호감이 가는 그릇으로" (3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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