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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6] 모순(양귀자 저)

gale 2024. 5. 19. 18:24

 

 

 

'모순(양귀자 저)' 독서 후기

*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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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제목 : 모순

 

저자 : 양귀자

 

분야 : 한국소설

 

ㆍ발행일 : 2013. 4. 1

 

책 소개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양귀자 소설의 힘을 보여준 베스트셀러 『모순』. 199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132쇄를 찍으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양장본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안진진을 통해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을 가족으로 둔 안진진.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부유하지만 지루한 삶에 지쳐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안진진은 사뭇 다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교보문고 제공)

 

 

저자 소개

저자 양귀자는 195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고 원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에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후, 창작집 『귀머거리새』와 『원미동 사람들』을 출간, “단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1990년대 들어서 양귀자는 장편소설에 주력했다. 한때 출판계에 퍼져있던 ‘양귀자 3년 주기설’이 말해주듯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 등을 3년 간격으로 펴내며 동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 탁월한 문장력과 놀라울 만큼 정교한 소설적 구성으로 문학성을 담보해내는 양귀자의 소설적 재능은 단편과 장편을 포함, 가장 잘 읽히는 작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집으로, 『귀머거리새』 『원미동 사람들 』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슬픔도 힘이 된다』를, 장편소설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을, 산문집 『내 집 창밖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삶의 묘약』 『양귀자의 엄마노릇 마흔일곱 가지』 『부엌신』 등이 있으며 장편동화 『누리야 누리야』가 있다.
1987년 『원미동 사람들』로 유주현문학상을, 1992년『숨은 꽃』으로 ‘이상문학상’을, 1996년 『곰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1999년 〈늪〉으로 21세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교보문고 제공)

 

 

 

 

 

 

 


 

 

 

ㆍ독서 기간 : 2024. 5. 4(토) ~ 5. 12(일)

 

ㆍ평점 : 4.3 / 5

 

ㆍ책 내용을 요약해 본다면

→ 낭만으로 인해 사랑을 시작하고, 낭만으로 인해 미움을 시작하는 모순적인 '우리'라는 존재
 

ㆍ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 이론상의 진실과 마음속 진실은 항상 같은 방향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세상의 일은 모두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조금 더 삶의 본질 가까이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ㆍ책을 읽고 생각해 볼만한 점

① 내가 주인공 안진진이었다면 김장우와 나영규에게 어떻게 행동했을까?
② 인생에 있어서 '모순'이란 개념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할까?

③ 행복과 불행은 필요충분조건이다. 행복과 불행의 비중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ㆍ인상 깊었던 문장 필사, 그 이유(or 내 생각)

 

①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원인을 분석한다고 때로는 문제가 있는 가정에, 혹은 사회에, 아니면 제도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분석들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자신의 방종을 정당화하려는 젊은 애들을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교활함을 참을 수 없어한다. (21p)

 

→ 안진진은 불행한 어머니에 대해, 행복한 이모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사실 어머니와 이모는 쌍둥이 자매이나, 서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매우 다르며, 환경도 극과 극이다(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모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어머니의 불행과 이모의 행복이 과연 가정에, 사회에 혹은 제도에 책임이 있을까?

 

우리는 어떤 문제의 원인을 찾을 때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요인으로부터 찾는 경향이 있다. 즉, 자기 자신으로부터 야기된 문제라는 생각은 원인을 찾기 시작하고 한참 지난 후에나 깨닫는다.

 

내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들이 모두 나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일방적인 생각은 옳지 않지만, 원인을 파악할 때 자기 자신을 검토 리스트 상위에 배치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② 내 인생은 나의 것이지만, 그러나 진모에게는 누나의 인생이기도 하고 어머니에게는 딸의 인생이기도 한 것이다. 내 인생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나의 남동생의 인생도 가끔씩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51p)

 

→ 안진진의 남동생 안진모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남동생의 인생에 관여할 마음은 없고, 단지 남동생의 인생을 들여다볼 필요성을 느끼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물론 자신으로 인해 남동생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사랑하는 부모님의 아들이고, 사랑하는 누나의 동생이고, 사랑하는 연인의 상대이다.

내 인생이 행복하려면, 나와 밀접한 사람들의 인생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경험상,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통상 나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보다 얻어가는 지혜가 많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강연이나 연설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메아리라면,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조언이나 대화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의 '나만을 위한' 메아리인 경우가 높은 확률로 많은 것이다.

 

남의 인생도 가끔씩은 들여다보자. 변화를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 수 있게 해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③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75p)

 

→ 안진진이 결혼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2명 중 1명, 나영규라는 남자는 항상 치밀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 남자의 활력은 자신이 계획한 모든 행동과 절차가 딱 들어맞았을 때다. 나영규는 추억까지 디자인할 정도로 남이 느꼈을 때는 조금 피곤할 수 있는 개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진진은 그런 그의 행동과 발언들에 대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초치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 말이 모든 관계를 뒤집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말의 중요성을 (당연하게도) 알고 있다. 말은 뱉는 순간 주워 담을 수 없다.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말은 사람의 미래를,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보이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 말이다.

 

우리 모두는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경우가 있다. 뱉고 나서 좀 지나면 후회하곤 한다. 생각 없는 말을 내뱉는 것은 배설과 다름없다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뱉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④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127p)

 

→ (과거에) 이모부는 주리와 주혁이에게(이모부의 자식들) 식사하며 생선살 한 젓가락을 챙겨준다. 그 자리에 안진진과 그녀의 어머니, 동생 안진모도 함께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은 챙겨주지 않는 이모부를 보고 그 자리를 박차고 이모집을 나왔다.

 

사실 이모부는 안진진의 아버지에게 막대한 사업자금을 빌려주었고, 돌려받지 못했어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왜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까.

 

우리도 똑같다. 누군가가 내게 준 상처는 어떻게든 이 상처를 메꾸거나 되돌려 주려한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은혜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가 상처를 보답하는 연속성이 아닌, 은혜를 보답하는 연속성으로 이뤄진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내 인생의 장부책 계산만큼은 상처의 빚보다는 은혜의 빚으로 채워야겠다.

 

 

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불행의 과장법, 그것이 어머니와 내가 다른 점이었다.(152p)

 

 

⑥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가 나영규이든 김장우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든 간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야 말겠어,라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163p)

 

→ 결혼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만한 고민일 것 같다.

 

나도 어릴 때부터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고, 결혼을 하기 위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관계들을 마주하고, 일찍이 그리고 늦게 가정을 이룬 친구들을 보며 내가 느낀 것은 

 

다 때가 있다는 것과, 결혼의 결심에는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이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진진은 결국 나영규와 결혼을 한다. 이모의 죽음은 김장우의 손을 잡게 했어야 했지만, 김장우의 손을 놓게 만들기도 했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이다.

 

할 수 있다면 항상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리고 싶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어떤 시기에는 행복이 불행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어떤 시기에는 불행 밖에 없다고 느끼는 때도 있을 것이다. 비단 결혼에 한정하지 않고 세상만사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다.

 

또한 결혼을 결심하는데 ' ~해야만 해' 보다는 '~만 아니면 돼'처럼 필요조건만 생각하기보단, 넓은 범위에서의 충분조건이 작용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의견이고, 각자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며,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행복과 불행은 항상 함께한다. 불행의 비중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방법이든.

 

 

⑦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173p)

 

→ 주리는 진모가 수감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진모가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며 엄격히 심판하는 천사와 같이 말한다.

 

우리는 항상 최고의 선택을 하긴 힘들다. 최선의 선택을 하거나,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곤 한다.

 

주리는 오랜 기간 동안 해외에서 공부한 사촌이다. 넉넉한 형편의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을 잘 모르고 자란 주리는 항상 사랑만 많이 받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차악의 선택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악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감수하며 악과 함께 살아간다.

 

악을 선택하는 것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필요에 의한 선택일 뿐.

 

 

⑧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188p)

 

→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 아프게도 직관적으로 생각나는 위로 방법은 타인의 불행인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이 타인의 불행뿐이라는 말은, 반대로 생각해서 항상 감사하는 삶을 살자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타인보다는 ‘덜’ 불행한 상황이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자는 말과 다를 것 없다.

 

가진 것에 불만족하는 삶,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충실히 사랑하기보다 남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위치하려는 삶.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자. 약간의 욕심은 필요하되, 과유불급이다.

 

 

 

⑨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209p)

 

 

 

⑩ 나는 나인 것이다. 모든 인간이 똑같이 살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발버둥 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나를 학대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특별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찾는 대신 많은 인생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택하기로 했다. 삶의 비밀은 그 보편적인 길에 더 많이 묻혀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므로. (p218)

 

→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해답만 있을 뿐이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 혹은 남들이 사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 모두 비난받거나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이 선택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교육은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개념이 팽배했다. 성적에 따라 선생님들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그 시절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학교와 선생들을 빛내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에 더 가깝게 다가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독후감에서도 말했지만, 성공의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이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성공의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이를 강요할 순 없다.

 

 

⑪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p296)

 

→ 안진진은 초반에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며 수많은 행복과 불행을 반복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살아봐야 안다. 경험해 보고 부딪히고 실수해 보며, 이것들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나만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간다.

 

삶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 탐구할 시간도 없다. 일단 살아가며 마주하는 것들에 충실하자. 살아가며 필요한 부분들은 반드시 탐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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