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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잘하자
[독서후기 13-②] 쇼코의 미소(최은영 저) 본문
'쇼코의 미소(최은영 저)' 독서 후기(4편 ~ 7편)
*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ㆍ제목 : 쇼코의 미소
ㆍ저자 : 최은영
ㆍ분야 : 한국소설
ㆍ발행일 : 2019. 6. 20
ㆍ책 소개
서로에 대한 마음의 ‘기댐’과 ‘기댐 받음’의 연쇄가 갖고 있는 힘을 믿는 이야기를 만나다!
최은영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 2013년 겨울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그 작품으로 다음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은영이 써내려간 7편의 작품을 수록한 소설집이다. 사람의 마음이 흘러갈 수 있는 정밀한 물매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들을 바로 그 ‘사람의 자리’로 이끄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표제작 《쇼코의 미소》, 베트남전쟁으로 가까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응웬 아줌마와 '나'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씬짜오, 씬짜오》,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케냐 출신의 청년 한지와 만나게 된 영주의 이야기를 담은 《한지와 영주》 등 맑고 투명한 그 목소리로 타박타박 담담하게 이어지는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교보문고 제공)
ㆍ저자 소개
삼색 고양이의 날에 태어나 삼색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타고난 집순이지만 매일 장기간의 세계 일주를 꿈꾼다. 여행, 글쓰기, 고양이, 바다, 친구, 잠을 좋아한다. 콤플렉스와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YES24 제공)
ㆍ구성
1) 쇼코의 미소 · 007
2) 씬짜오, 씬짜오 · 065
3)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095
4) 한지와 영주 · 123
5) 먼 곳에서 온 노래 · 183
6) 미카엘라 · 213
7) 비밀 ·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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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줄거리 & 느낀점 및 인상 깊었던 문장 필사
(4. 한지와 영주 ~ 7. 비밀)
4) 한지와 영주
리옹 근처의 작고 황폐한 마을에서 스물다섯의 젊은 수사가 세운 수도원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영주'의 1인칭 시점으로 글이 전개된다(그렇기에 몰입이 한층 더 잘 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답답하기도 하다).
낯선 땅에서 맺어진 인연은 소중하다. 경계는 쉽게 허물어지고 평소보다 쉽게 자신을 드러낸다. 한지와 영주가 그랬다. 수도원에서의 소중한 인연이 지속되던 와중. 한지가 떠나기 7일 전에 그들의 인연은 끝이 난다. 이유도 변명도 그 무엇도 없이.
영주는 한지를 좋아했다. 그러나 마음을 숨겼다. 마음을 숨긴 상태로 한지와 작별인사도 못하고 한지를 떠나보내게 된다.
한지에게는 여동생 레아가 있다. 레아는 몸이 좋지 않아서 한지는 어린 시절부터 레아를 돌봐야만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영주와의 대화에서도 자신을 레아를 돌봐야 한다고, 다른 감정은 생각할 시간도 없다고 말한다.
가족을 위해 그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함이었을까. 한지의 진심은 결국 작품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이 작품을 읽으며 올해 읽었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소설의 주인공 쓰크루가 오버랩됐다. 쓰크루도 일방적으로 친구들로부터 버림(이별)을 당하게 된다. 그 어떤 이유도 듣지 못 한 채로.
그러나 영주와는 달리 쓰크루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친구들을 한명 한명 찾아가 자신에게 왜 그랬는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건지 오해를 푼다. 한 친구는 먼 외국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그 친구를 찾아가기까지 한다.
쓰크루는 결국 오해를 푼다. 그러나 영주는 아직 이유를 모른다. 최은영 작가가 작품을 이렇게 마무리 지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내 맘대로 생각한 것이지만) 아픈 여동생 레아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포기라는 단어보단 단절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싶다) 조그마한 미련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 훌쩍 떠나버린 게 아닐까 싶다.
누구나 소중한 친구 한 명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 친구로부터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일방적인 이별을 당한 경험도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상처주려 했던 게 아닌데, 마음을 아프게 하려 했던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상대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관계가 멀어진 후에는 새로운 관계와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그 친구와의 추억은 서서히 잊혀 간다.
사실, 잊힌다는 표현보단 무뎌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아무렇지 않았던 것처럼.
① 우리는 싸움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서로를 견뎠다. 감정을 분출하고 서로에게 욕을 해서 그 반동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싸움도 일말의 애정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았고, 그도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받지 않았다.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가장 나쁜 건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못하는 그 무지 안에 있었다. (129p)
→ 영주는 수도원에 머물기로 결심하고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결심을 통보한다. 얼마나 오래 머물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남자친구는 한숨을 쉬고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그들은 이별하게 된다.
영주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고, 서로 상처받지도 않았다. 욕을 하며 감정을 분출해 다투지도 않았다.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는 법도 몰랐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가장 나쁜 것은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못하는 그 '무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진정한 사랑을 했다면 상처도 받아봤을 것이고, 미워도 해봤을 것이고, 감정을 분출하며 싸워도 봤을 것이다.
그러한 감정이 들지 않는 것은 '무지'이며, 사랑이 아닌 우정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②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는 늙고 병들게 한다. (164p)
→ 할머니가 했던 말을 언제나 기억하는 영주. 한지가 대놓고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할머니의 말을 곱씹어보지만, 한지의 일방적인 태도에 부당함을 느낀다.
참다못해 영주는 한지에게 다가가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를 전한다. 그러나 하지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노트에 편지 아닌 편지를 쓰고 한지가 떠나기 하루 전, 태오를 통해 한지에게 전달해 주었으나, 한지는 그 노트를 받지 않았다.
영주는 수도원에서 지낸 7개월 동안의 삶에 대한 기록과 한지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을 적은 노트를 돌돌 말아 얼음을 캐낸 구멍 안에 넣고 떨어뜨린다.
모든 기억들을 땅속 깊은 얼음에 묻어두고 그 기억들이 일만년동안 자신에게 오지 않게.
'감정'을 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묻어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님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 사람들은 언제든 꺼낼 수 있지만 묻어두는 것이다. 반대로 행복했던 기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감정들을 잊지 않고 묻어두고 싶다. 잊는 것, 잊히는 것 모두 싫다.
5) 먼 곳에서 온 노래
"네가 다시는 그렇게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네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작품은 15장 남짓으로 짧게 구성되어 있다.
02학번 소은과 노래패 선배인 미진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처음 야외공연을 하던 날, 계획에 없던 독창을 하는 미진 선배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미진을 따르게(좋아하게) 된다(참고로 미진은 감정을 꾸며서 말할 줄 모르는 다혈질적인 인물이다).
소은과 미진 선배는 단지 동아리 선후배 관계를 넘어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매우 가까워졌다.
미진 선배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공부하러 러시아로 갔고, 소은은 미진 선배가 페테르부르크 대학원에 입학한 지 10년 만에 러시아로 미진 선배를 보러 러시아로 간다.
미진 선배가 러시아로 떠난 후, 소은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매우 안 좋아졌고 미진 선배는 그런 소은에게 거의 매일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한다.
미진 선배는 2009년 여름밤, 32세의 젊은 나이를 끝으로 객사하게 된다.
소은은 러시아에서 미진 선배와 함께 살던 율랴와 함께 미진 선배를 추억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① 이타심인 줄 알았던 마음이 결국은 이기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건 미진이 떠난 이후였습니다. (193p)
→율라는 심적으로 힘든 시기에 집을 보러 온 미진과 가까워지게 된다. 미진이 러시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게 되는데, 율라는 자신보다 약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한 것 같다.
말로는 미진과 친구라고 하면서도, 자기 자신이 미진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미진이 점점 러시아어를 잘하게 되고, 율라의 도움이 필요가 없어질수록 율라는 힘들어했다. 이타심인줄로만 알았던 마음과 행동들은 결국 이기심이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등을 긁어달라고 했던 적이 있다. 아래로, 위로, 우측으로, 어느 곳이 가려우신지 말을 해주셔도 단번에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드리기 힘들었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원하는 것을 말로 해도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은 원하지 않는데 나 스스로 상대방은 이런 걸 원할 거라 추측하여 행동하는 것.
연인관계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진정으로 상대가 원하는 것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후에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던 행동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감정은 굉장히 슬플 것 같다.
상대방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② 선배도 러시아에서 적응하느라 힘든 시기였지만 나에게 선배의 어려움은 말 그대로 남의 일일 뿐이었다. 세상 제일 아프고 괴로운 건 나였으니까, 내 눈에는 내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기심에는 선배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나에 대한 사랑도 없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런 나를 그치지 않고 사랑해준 선배에게 이제 와서 어떤 말을 해야 마땅할지 나는 알지 못했다. (204p)
→ 미진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후,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진 소은을 보며 유학 온 걸 후회했다. 방학 때 한국에 들어가기 위해 외식도 안 하고 돈을 열심히 모았다. 만나서 밥도 해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곁에 있어주었다.
이렇게까지 소은을 생각해 준 선배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낀 것은 나중이었다. 그 순간에 소은은 자신의 고통만 보였을 테니.
나는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동진 평론가가 출연하는 영상은 찾아서 보곤 한다. 위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적어놨던 이동진 평론가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바쁨은 죄악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바쁨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놓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피상적인 일이나 의무감 때문에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잃기 쉽다고 말한다.
소은은 다른 의미로 바빴을 것이다. 남을 신경 쓸 시간도, 체력도 없었을 테니.
필자도 최근 이직을 해서 다양한 상황들이 겹쳐 여유가 없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기존에 쏟던 시간과 노력의 양이 현시점에서는 목표가 된 것 같다.
많이 바쁠지언정, 몸이 안 좋아 삶에 여유가 없을지언정,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내 주변사람들을 더 챙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 건지 한번 더 고민해 봐야겠다.
6) 미카엘라
"내 딸을 잊지 마세요. 잊음 안돼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다수의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망했던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미카엘라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유족들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최은영 작가는 감정의 발화를 온전히 독자들에게 맡겼다. 3인칭 시점에서 조용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의 엄마는 교황의 미사에 참가하기 위해 생업을 하루 접어두고 광화문으로 상경한다. 딸은 미사가 끝나고 전화가 없는 엄마가 언니네서 자고 있는 줄 알았지만, 엄마는 사실 찜질방으로 향하고 있었다(바쁜 딸에게 부담이 되기 싫은 마음이었다).
찜질방에서 엄마는 딸의 세례명인 '미카엘라'와 같은 세례명의 손녀를 둔 노인을 만난다. 노인의 손녀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피해자이다.
엄마의 핸드폰은 꺼져있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 부스를 송출하는 TV 화면에 엄마가 서있는 걸 봤다.
주인공은 엄마를 찾으러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엄마가 입고 있었던 감색 마바지와 꽃분홍색 카라티를 생각하며.
엄마를 찾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쏘다니는 주인공은 감색바지와 꽃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엄마'라고 말하지만, 그 여자는 주인공의 엄마가 아닌, 세월호 침몰사고로 딸을 잃은 여자였다.
"아가씨, 내 딸도 그날 배에 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듣던 '엄마'라는 단어를, 딸을 잃은 그녀가 그 순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
① 다수의 선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세상을 망친다고 아빠는 말했었다. 아빠의 말을 맞았지만 그녀는 이런 세상과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승패가 뻔한 링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이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고, 자신을 소외시키고 변형시켜서라도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부딪쳐 싸우기보다는 편입되고 싶었다. (236p)
→ 어렵다.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대한 무관심은 과연 미래의 나를 위해 옳은 일인가? 세상, 현실이라는 존재를 내가 바꿀 수 있을까?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나는 대학생 신분이었다. 학교가 광화문 근처에 있던 터라 등하굣길에 광화문광장을 꼭 지나갔어야 했다.
당시 어떻게 행동했는가 생각해 보면, 나도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행동했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나 역시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당장의 내 앞에 놓여있는 일들이 더 중요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어떤지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 현실에 수긍하며 수그리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현실에 맞서며 살아갈 것인지.
② 이 노인은 얼마나 여러 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을까. 여자는 노인들을 볼때마다 그런 존경심을하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239p)
→ 노인분들을 볼 때마다 존경심을 느끼는 것. 너무 공감하는 감정이고 멋진 일이다.
생각해 보면, '오래 살아가는 일'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나이를 먹는다는 표현보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라는 표현이 너무 와닿았다). 오래살아가는 일은 단순히 나이만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삶을 살아가며 수많은 것들을 겪고 배우는 '일'인 것 같다.
나도 결국 노인이 된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하고 싶지 않다. 희로애락의 삶을 모두 겪으며 단단하게 늙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내며.
7) 비밀
지민이라는 손녀를 둔 말자는 바쁜 부부 대신 지민을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글을 읽지 못하는 말자는 지민에게 글을 배웠고, 말자는 지민에게 선생님이 되라고 말한다. 시간이 흘러 지민은 기간제 교사로 생활하다 중국 시골로 가 선생님을 하며 생활한다. 할머니는 암이 재발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고, 집배원도 들어갈 수 없다는 산골짜기에 살고 있다는 지민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가슴에 품는다.
서영채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작품상에는 지민의 상황이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아 몰랐는데, 지민이는 중국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한 것이고, 할머니 말자가 충격에 빠질까 싶어 가족들이 말을 안 했던 것이었다.
왜 자살을 한 것인지는 임용에서 떨어진 점, 기간제 교사로 계속 일하는 점 등으로 유추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모르는 게 과연 약일까? 아는 건 정말 힘일까?
절망도 우울도 사람의 삶인 한 불가피한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으므로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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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슬픔,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한층 더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연약한 감정들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인 학살, 세월호 침몰 사건,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 등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사건들이 등장에서 인상 깊었다.
나중에 꼭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때는 또 다른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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